“어디 가서 회사를 소개하면 마지막엔 레퍼런스가 없냐고 물어본다. 스타트업에 레퍼런스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우리은행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 ‘디노랩’에 참여하는 핀테크업체 대표의 하소연이다. 디노랩은 핀테크업체에 단순히 사무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테스트베드로 우리은행의 모바일 뱅킹서비스(위비뱅크) 등을 개방하는 ‘디벨로퍼랩(Developer Lab)’이다.
우리은행은 심사를 거쳐 메이아이, 블루프린트랩, 히든트랙, 모자이크, 티이이웨어, 인포소닉, 에이티소프트, 시스메틱, 제로원에이아이, 프라이빗퓨처스 등 10개 핀테크 기업을 디벨로퍼랩 1기로 선정했다. 디벨로퍼랩 1기는 오는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지원을 받는다.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그룹장(상무)은 “수백만명이 사용하는 위비뱅크에서 별도의 채널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검증받을 수 있다”며 “어떤 수수료나 조건도 없다. 불법만 아니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에 가장 힘든 과정은 고객을 만나기도 전인 운영단계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라며 “어떤 사업이라도 시장에서 고객 손에 의해 망하면 억울하지는 않다. 스타트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만나 평가받는 그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노랩은 입주기업에 아마존웹서비스(AmazonWeb Service) 클라우드를 제공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 달리 아마존웹서비스를 활용한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것이 디노랩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강재영 우리은행 디지털전략부 차장은 “우리은행이 영등포에서 운영하는 ‘위비핀테크랩’이 스타트업에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여의도 ‘디노랩’은 기술개발협력 중심”이라며 “디노랩 입주기업은 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에서 금융연계 테스트베트 서버 등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개월에 2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진 아마존 클라우드 사용료는 무료로 제공된다.
디벨로퍼랩 1기로 선정된 머신러닝서비스기업 시스메틱 고성엽 대표이사는 “아마존웹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되면서 기존 서버 비용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게 됐다”며 “아마존웹서비스를 통해 서버운영 컨설팅도 받는 등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스메틱은 앞으로 위비뱅크 콘텐츠를 요약해 고객에 푸시알람으로 전달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고 대표는 “다운로드 500만명이 넘는 앱도 일일 사용자수는 10만명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위비뱅크가 보유한 콘텐츠를 고객 맞춤형으로 요약 정리해 푸시알람으로 전달하면 자연스럽게 위비뱅크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입주기업과 테스트 기간을 거쳐 연말께 위비뱅크에 스타트업이 개발한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이후 우리은행이 운영중인 다른 비대면채널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핀테크 업체를 위한 자금 투자도 약속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핀테크 기업에 51억원을 직접투자했고 올해 투자를 3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핀테크업체에 300억원, 스테일업 투자 1000억원 등 총 1300억원으로 혁신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 – 안준형 기자